나의 이야기

거리에서

이충주 2019. 4. 17. 12:09

거리에서



류시화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모두가 타인인 곳에서

지하도 난간 옆에 새처럼 쭈그리고 앉아

한 남자가 울고있다

아무도 그 남자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있다

한 세기가 저물고

한 세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모두가 타인일 수밖에 없는 곳에서

한 남자가 울고있다

신이 눈을 만들고  인간이 눈물을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가 우는 이유를 알지못한다

나는 다만 그에게 무언의 말을전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눈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