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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경/도종환

이충주 2019. 5. 20. 11:14

산경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도 안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 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없이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르고 새 날아 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 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 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