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는 자의 노래
류시화
길을 떠나 길 위에 서면
이름없는 풀들은 바람에 지고
사랑을 원하는 자와
사랑을 잃을까 염려하는 자를
나는 보았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네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집을 떠나 그 길 위에 서면
바람이 또 내게 가르쳐 주었네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
다시는 태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나는 자
삶의 의미를 묻는 자와
모든 의미를 놓아버린 자를
나는보았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패랭이꽃 (0) | 2019.04.17 |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킴벌리 커버거 (0) | 2019.04.17 |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0) | 2019.04.16 |
나비 (0) | 2019.04.16 |
들풀 (0) | 2019.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