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버지도 나를 슬퍼했다

이충주 2019. 4. 29. 09:54

아버지도 나를 슬퍼했다


김지훈


은은한 달밤에 탁상에 앉아

저물어 가는 하루를 붙잡고 있었다

오고 가는 술 한 잔에 친구는 쓰라렸고

달빛의 조명에도 쉽게 슬펐다


배운 말은 많은데 위로해줄 언어가 없었다

단지취할뿐이다


돌아가는 친구의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배추잎 몇 장을 넣었다

친구가 떠난 자리는 공허하고 추웠다

무심결에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지금은 없어야 할 배춧잎이 있었다

그때, 그날 아버지도 내게 슬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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