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
변상철
식은밥 한덩이 훔쳐 먹다
하루 종일 두둘겨 맞던 고아원 시절도
공부시켜주고 호적에 올려준다더니
십 년을 소처럼 일하고 매타작당하던 시절도
그냥 그렇게 사는걸로 만 알았다
나이 오십이 넘도록 글도몰라
자격증도 못따고
은행도 병원도 마음대로 못 갔지만
그것도 그렇게 사는거지 싶었다
이제 조금이나마 글을 배우고 보니
남들과 말도 통하고 간판도 눈에 들어오네
글씨가 빼툴빼툴 못나도부끄럽지 않다
요즘은 길을 걸어도 밥을 먹어도
그냥 행복하다
엄마의 꽃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