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바람아 나를묻어다오/안나 아흐마토바

이충주 2019. 5. 1. 10:24


바람아 나를 묻어다오



바람아 나를 묻어다오

정든 이 아무도 오지 않고

떠도는 저녁과

대지의 고요한 숨결만 찾아든다.


너처럼 자유로웠던 나

너무도 살고 싶었던

바람아,

보아라,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는 차디찬 내육신을.


저녁이 만들어준 어둠의 옷으로

이 검은 상처를 덮어다오.

내 위에서 시를 읽어다오.

푸른 안개를 말해다오.


마지막 잠이 들

외로운 내 영혼을 위하여

나의 봄을 위하여

키다리 부초처럼 울어다오 바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