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조선간장

이충주 2019. 4. 4. 12:27

조선간장


어머니는 새벽마다


조선간장을 몰래마셨다


만삭된 배를 쓰다듬으며


하혈을 기다렸다


입 하나 더 느는 가난보다


뱃속 아이를 줄이는 편이 수월했다


그러나 아랬배는 나날이 불러오고


김해김씨 가마솥에는


설설 물이 끓기 시작햇다


그날 누군가바깥 동정을 살폈다


강보에 싸인 아기는


윗목에서 마냥 울기만 하였고


아랫마을 박씨는 아직 오지 않았다


고추 달린 덕에 쌀 몇가마니 더 받게 되었다


그러나 핏줄과 인연이 무엇인지


눈치챈 누나는 아기를 놓지않았다


굶어도 같이 굶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어린 딸이눈물로 붙들어 매였다


어머니는 젖을 물렸다


어머니 젖에선 조선가장 냄새가났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 시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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